우리 조상들은 한반도의 큰 산줄기를 백두대간과 1정간, 13정맥으로 구분했다.
13개 정맥 중에서 남한에 있는 정맥이 8개이고, 하나(한북정맥)는 남북한에 걸쳐 있다.
정맥은 백두대간 만큼은 아니지만 일반 산지보다 훨씬 다양한 생물 종이 서식하는 또 다른 생태계 보고(寶庫)다.
산줄기에 있어 백두대간이 고속도로라면 정맥은 국도에, 마을 숲은 지방도로에 해당한다.
동양대 신준환 초빙교수(전 국립수목원장)는 "우리 조상들은 정맥이 백두대간(백두산)의 정기를 마을 숲까지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며 "그래서 백두대간은 물론 정맥과 마을 숲, 집터 뒤란은 함부로 손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글 싣는 순서>
➀백두대간 (향로봉~지리산 천왕봉 701㎞)
➁정맥(상) -한북·한남·낙동·낙남정맥
➂정맥(하) -한남금북·금북·금남·금남호남·호남정맥
➃백두대간과 정맥,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
산림청과 국립산림과학원, 한국환경생태학회가 작성한 '한국 정맥의 이해' 보고서에 따르면 남한에 있는 정맥의 마루금(주 능선) 길이를 다 더하면 2085㎞에 이른다. 남한지역 백두대간 길이 701㎞의 약 세 배다.
호남정맥이 477.1㎞로 가장 길고, 금남호남정맥이 72.4㎞로 가장 짧다.
정맥을 이루는 산은 각 8~44개, 고개는 각 12~41개다.
정맥별 평균 고도는 금남호남정맥이 598m로 가장 높고, 한남정맥이 106m로 가장 낮다. 백두대간 평균 고도 754m보다는 전체적으로 낮다.
하지만 백두대간 주변 지역에 거주하는 인구가 215만명 수준인 데 비해 정맥 주변에 거주하는 인구는 그 열 배인 2200만명에 이른다.
국민 전체로 보면 백두대간보다는 정맥으로부터 더 많은 산림의 혜택을 받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3월 산림청은 한국임학회에 의뢰해 시민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맥의 경제적 가치는 연간 2조900억원 정도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수도권을 지나는 한북정맥이 가장 많은 1조533억원의 가치를 갖고 있으며, 낙동정맥 2200억원, 한남정맥 1543억원 순으로 평가됐다.
남한 지역 정맥에서는 관속식물(고등식물) 1324개 분류군이 확인됐다. 이는 국토 전체 분류군의 27.1%에 해당한다.
백두대간의 38.3%보다는 적지만, 정맥 주변지역 면적이 40만㏊로 국토의 4%인 것을 고려하면 일반 산지에 비해 생물 다양성이 아주 높은 셈이다.
정맥 별로는 낙동정맥이 815종으로 가장 많고, 낙남정맥이 669종, 한북정맥 663종, 금북정맥 653종 등의 순이다.
관속식물 종류가 가장 적은 것은 금남호남정맥으로 389종이었는데, 정맥 자체의 길이가 짧은 것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한북정맥
13개 정맥 중에서 유일하게 남북한에 걸쳐 있는 한북정맥은 한강 북쪽 수계를 이루는 산줄기다.
평강 추가령~강원도 화천군 수피령~경기도 파주시 장명산에 이르며 길이는 약 185㎞다.
수도권 시민들이 많이 찾는 북한산이나 도봉산·사패산도 포함돼 있다. 북한 지역에서는 함경도와 강원도 도계(道界)를 이룬다.
평균 고도는 362m이고, 마루금 양쪽 300m 이내 지역 면적 중에서 시가지와 경작지가 약 20% 차지한다. 소나무 군락의 면적 비율이 2%로 매우 적은 반면, 참나무류 군락의 비율이 높다.
한북정맥에는 임도를 포함한 도로가 88개가 지난다. 광산과 채석장도 각 7곳씩 있다.
한남정맥
한남정맥 지도
한남정맥의 허리를 물길로 끊은 경인운하.
경기도 안성시 칠장산에서 시작해 광교산·수리산·계양산을 거쳐 경기도 김포시 문수산에 이르는 길이 190.6㎞의 산줄기다.
경기도 한강 본류와 남한강을 남쪽에서 감싸안고 있는 분수령(分水嶺)이며, 13개 정맥 중에서 평균 해발고도가 106m로 가장 낮아 산인지 들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곳도 있다.
한남정맥은 인구밀도가 높은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어 개발 압력이 높은 편이다.
마루금 양쪽 300m 이내 면적 중에서 임야면적은 42.6%로 정맥 중에서 가장 낮다. 반면 시가지와 경작지 비율은 33%로 아주 높다.
100개 넘는 도로가 관통하고 있으며, 골프장 갯수도 35개에 이른다.
한남정맥에는 모두 16개의 공원묘지가 위치해 있다. 전체 9개 정맥의 공원묘지 40곳의 절반 가까이가 몰려있다.
부산대 조경학과 김동필 교수는 "백두대간과 마찬가지로 정맥도 산은 물을 가르고 물은 산을 넘지 못하는 것인데, 한남정맥은 경인운하(경인아라뱃길)로 인해 정맥이 단절됐다"고 말했다.
굴포천 주변 지역에서는 잦은 홍수로 피해가 발생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굴포천 방수로 공사가 추진됐고, 이것이 경인운하로 확대됐다.
2009년 3월 공사가 시작됐고, 2012년 5월에 개통했지만, 선박 통행은 거의 없어 운하로서의 역할은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낙동정맥
낙동정맥은 낙동강 동쪽에 위치한 산줄기를 의미한다.
다른 정맥에 비해 산세가 높고 산림지역이 많아 인간 간섭이 상대적으로 적은 곳이며, 식생도 다양한 편이다.
강원도 태백시 태백산(매봉산)에서 시작해 남으로 부산시 사하구 몰운대까지 이어져 있으며 길이는 418.9㎞다.
평균 해발고도가 471m로 면산(1246m)·통고산(1066.5m)·가지산(1240.9m)·영축산1082.2m) 등 해발 1000m가 넘는 산이 7개나 있다.
임야 면적 비율이 84.6%로 정맥 중에서 가장 높다.
낙남정맥
낙남정맥을 물길로 끊어버린 사천방수로
.낙남정맥은 경남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산줄기다. 동쪽으로는 낙동강, 서쪽으로는 섬진강, 남으로는 남해, 북쪽으로는 남강으로 둘러싸여 있다.
경남 함양군 지리산(영신봉)에서 시작해서 무량산·여항산·무학산·천주산·신어산을 지나 경남 김해시 분산(고암나루터)까지 236.8㎞에 이른다.
해발고도는 평균 231m로 정맥 중에서는 한남정맥에 이어 낮은 쪽으로는 두번째다.
농경지나 초지, 시가화 지역 등 개발이 많이 이뤄진 곳이다.
낙남정맥을 관통하는 도로는 임도를 포함해 모두 138개나 된다. 2㎞도 안 되는 거리마다 도로가 관통하는 셈이다.
낙남정맥은 사천 방수로가 관통하고 있다. 진주 남강댐에서 홍수 때 남해 사천만으로 물을 긴급하게 빼낼 때 이용하는 인공수로다. 사천방수로는 1920년대 일제 강점기 때 제시된 '낙동강 하류 개수계획'의 내용을 기초로 1962~70년에 진행된 사업이다.
물로 인해 정맥 자체가 끊긴 곳은 한남정맥의 경인운하와 더불어 이곳뿐이다.
백두대간과 정간
백두대간 지도
백두대간은 백두산 장군봉에서 지리산 천왕봉에 이르는 1400㎞의 산줄기를 말한다.
여기에는 백두대간 자체뿐만 아니라 1정간(正幹), 13 정맥(正脈)까지 포함된다.
하나뿐인 정간은 함경북도 지역을 가로지르는 장백정간(長白正幹)을 말한다.
정맥 9개는 백두대간에서 갈려져 나온 산줄기로 북한에 있는 청북·청남·해서·임진북예성남 등 4개, 남한에는 한남·금북·금남·금남호남·호남·한남금북·낙동·낙남 등 8개, 남북한에 걸쳐 있는 한북정맥 1개를 말한다.
정맥의 이름에는 대부분 강 이름이 들어있다.
청(淸)은 청천강, 임진은 임진강, 예성은 예성강, 한(漢)은 한강, 금(錦)은 금강, 낙(洛)은 낙동강을 말한다.
청북정맥은 청천강 북쪽, 한북정맥은 한강 북쪽, 한남금북정맥은 한강 남쪽 금강 북쪽, 낙동은 낙동강 동쪽, 낙남은 낙동강 남쪽에 위치한 산줄기를 의미한다.
또 해서(海西)와 호남(湖南)은 각각 황해도와 전라도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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